헤드라인▽
공무원, 선거운동 엄벌해야
논설위원 고운석
2014년 04월 23일(수) 19:54 가+가-

[미디어전남]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 아니다. 그것은 비참한 사람들과 불쾌한 사람들 사이의 선택에 존재한다. 그리고 선거는 혈기 왕성한 사람을 빼고는 전쟁만큼 정신적 전율인 것이다.

하지만 어디를 가나 6·4지방선거를 알리는 현수막들이 거리에 걸렸다. 중앙당 구호를 담은 것이 많아 가끔 지방선거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된다.

예비후보들이 내건 현수막에도 중앙당 냄새는 진하게 배어있다. 지방선거는 지역 이슈가 활발히 논의돼야 함에도, 중앙정치의 영향으로 이슈나 인물들이 가려지고 있다.

더구나 이렇다 보니 현 시장 군수 등이 유리하다. 정치 신인보다는 이미 알려져 있는데다 최근 기초선거 공천 논란에다 중앙정치 이슈까지 지방선거를 덮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일부 시장 구청장 등은 한 발 더 나아가 측근(공무원)까지 나서서 선거운동을 하기도 한다. 현직 시장 자서전을 무료 배포하고, 경쟁 후보를 염탐하고…,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고질병 ‘관권 개입’이 오는 6월 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곳곳에서 도졌다.

공무원들이 상사인 자치단체장 선거운동에 나서는 사례가 속속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되고 있는 것.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달 28일까지 잡아낸 공무원의 선거법 위반사례가 140건에 이른다. 이중 11건은 검찰에 고발했으며 2건은 경찰에 넘기고 127건은 경고했다.

광주광역시에선 공무원 2명이 구속되고 10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시장 선거운동에 나선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다. 검찰과 선관위에 따르면 유종성(60) 대변인 등 2명은 지난해 인터넷 언론사에 기사 1건당 10~15만원을 주고 강 시장에게 유리한 기사를 올리도록 했다가 구속됐다.

또 다른 전·현직 공무원 10명은 당원 455명을 모았다. 광주시장 후보 경선 때 강 시장에게 투표하게 할 목적이었다. 강 시장은 “우호적인 기사를 쓰도록 하라거나 당원을 모으라고 지시한 바 없다”며 “당사자들이 스스로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강원도의 한 군수는 현재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말 열린 노인회 행사에 비용 2천500만원을 군에서 대도록 하고 행사 자리에서 과장급 공무원이 9개 읍·면 노인회에 700만원의 격려금을 준 게 문제가 됐다. 군수도 행사장에 나타나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사진은 찍었다. 사실상 군 제정을 자신의 선거운동에 쓴 것이다. 해당 군수는 또 알고 지내던 윤모((50)씨가 경쟁자를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도록 했다. 군수는 결국 3일 구속됐다.

충남지역 시장 비서실장은 시장 자서전 1,500권을 무료 배포했다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기도의 어느 시장은 공무원 2명을 시켜 경쟁자의 동향을 일일이 파악해 보고 하도록 했다가 선관위 경고를 받았다.
공무원은 선거 때 철저히 중립을 지키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는 거의 공염불이다시피 했다. 선거 때마다 관권 개입 논란이 일지 않은 적이 없다.

그래서 선관위는 지난 2월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했다.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하한선을 못 박았다. 전엔 ‘1년 이상 징역, 1000만원 이상 벌금’ 같은 하한이 없다보니 처벌받은 일이 거의 없었다. 지자체 스스로 징계하라는 경우가 많았으나 공무원이 믿던 시장·군수·구청장이 당선되면 징계는커녕 나중에 인사에서 보상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강한 처벌을 받도록 하한선을 뒀지만 관권 개입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인사권을 쥔 자치단체장이 시키는데 공무원이 불복하기 어렵다는 현실 등이 작용했다.

공무원을 사조직처럼 부리는 단체장의 문제 때문이다. 새 법을 적용해 강력 처벌한 사례가 나온다면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그런 일은 없다. 선관위가 1차 조사를 한 뒤 검찰이 다시 수사하고 재판에서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려서다.

특히 인력 부족 문제 때문에 선관위 조사와 검찰 수사가 더디다. 6·4선거 관권 개입을 최소화하려면 현 불법 사례를 선관위와 검찰이 빨리 처리해 선거 전 중벌이 내려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미디어전남 기자 기사 더보기

news@mediajn.net

실시간 HOT 뉴스

가장 많이본 뉴스

기사 목록

검색 입력폼